[클럽 BCP note_10] March 26 2026 ㅣ 15 MIN RE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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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로 10호를 맞이한 클럽 BCP 노트입니다. 짝짝짝🍸
100호도 아닌데 호들갑이라고요? 예.. 아무래도 그렇죠....고작 열 개의 노트.. (머쓱) 그런데 10주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이걸 해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꽤 좋더라고요. 10주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해낸 일이 내 인생에 또 있었던가 싶어서..(아련) (쩜쩜쩜 많이 쓰면 늙은세대라던데...)
아시다시피, 클럽 BCP의 1호~9호에서는 브랜딩 기본기 이야기를 풀어왔습니다. 책으로 읽으려면 10cm 두께에 몇 달은 잡아야 할 방대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실전 회의실을 한 번 통과시켜 더 쉽고 더 살아있는 언어로 해석한 다음 — 노트 하나에 20분이면 소화할 수 있도록 엮어내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의 작동 원리, 그 근본적인 개념을 깊이 알고서 일에 임하면 일하는 사람은 더 즐거워지고, 일의 아웃풋은 오히려 더 살아있는 것이 된다', 그렇게 믿으며 해온 일이 어느새 10주치가 쌓였습니다.
서론이 길었어요. 10호 맞이 새로운 시리즈 소식을 구독자님들께 보고 드립니다. 이름하여, 인터뷰 시리즈 <기획자의 쉬는시간, 쉬는시간 기획자> 입니다. 클럽 BCP의 DNA와도 같은 브랜딩 기본기 시리즈는 매주 발행으로 계속 구독자님들을 찾아갈 예정이고요, 기쉬쉬기 인터뷰 시리즈는 격주 특집으로 찾아뵙도록 할 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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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뭘 하시나요? 동네 카페에서 한적함을 즐기기도 하고, 근교로 드라이브를 떠나기도 하고, 캠핑을 가거나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떠나시는 분도 계시겠죠. 저는 안타깝게도 별다른 취미가 없어서, 쉬는 시간이 찾아오면 밀린 잠을 한꺼번에 몰아 자거나, 멍하니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 릴스를 넘기며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랍니다. 참 재미없는 인간이죠... (씁쓸)
사실 커뮤니케이션 기획 일을 시작한 이후로,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하루도 '생각하는 일'을 멈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머리가 꺼진 적이 없었달까요. 내일 할 일 목록을 정리하고, 아이데이션을 하고, 다음 주 촬영을 위해 미리 소통해야 할 일을 시뮬레이션하고, 팀장님이 주신 과제를 위해 자료를 찾고…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보내왔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나 말고 다른 기획자들은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쉬는 시간을 어떻게 '기획'하는지를요. 그렇게 클럽 BCP의 인터뷰 시리즈 <기획자의 쉬는시간, 쉬는시간 기획하기>를 새롭게 시작해보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이노션 이은정 팀장입니다. 이은정 팀장은 이노션에서 현대자동차 전담팀을 맡아 팰리세이드, 캐스퍼 등의 런칭 캠페인을 기획했고, 지금은 비계열 본부에서 현대카드, 보건복지부, 올리지오 등의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21년차 기획자입니다. 제가 강의를 하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가장 좋아하는 광고로 꼽는 현대 상용차 "이름을 모르는 자동차" 캠페인 기획 역시 그녀의 작품이에요. 정말 너무너무 좋은 캠페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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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좋은,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감시키는, 끝내 사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만드는 기획자 이은정. 그녀는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보고,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기쉬쉬기 시리즈 1호에서는 이은정 팀장이 손수 써준 글을 통해, 그녀의 원동력이 된 원천이 무엇이었는지 함께 발견해보려고 합니다. 자, 함께 읽어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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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BCP 인터뷰 시리즈 [기획자의 쉬는시간, 쉬는시간 기획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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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광고라는 업(業)에 그리 적합한 인간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걱정의 농도가 짙고 불안의 밀도가 높은 탓이다. 전략 하나를 세워도 '이것이 최선인가'라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실행 단계에 들어서면 혹시 놓친 나사 하나가 있지는 않은지 강박적으로 살핀다. 덕분에 나의 밤과 낮, 주중과 주말은 업무라는 끈적한 유령으로부터 단 한 뼘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번아웃'과 정면으로 충돌했고, 나는 나 자신을 일로부터 분리해야만 했다. 그때 시작한 것이 백패킹이었다. 평소 산을 좋아한 것도 아니고, 문명과 떨어진 불편함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었던 내가 왜 하필 백패킹을 선택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패킹은 내 일을 자유롭게 했고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것은 오직 '지금'과 '나'라는 본질에만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선 짐을 싸는 단계부터 다른 잡념이 끼어들 틈이 없다. 내가 오늘 밤 몸을 뉘일 곳이 "엇 이런 깜빡 했잖아! 잠깐 편의점에라도 다녀올게!" 따위의 말이 통하지 않는 해발 900미터의 고지라면 더더욱 그렇다. 무엇이 반드시 필요한지, 무엇을 과감히 덜어내야 하는지 신중하게 고르고 또 골라야 한다.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면 생각은 더 단순해진다. 아니, 아예 정지해버린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심박수는 미친 듯이 빠르게 뛴다. '아, 여기서 내 생이 마감되는 건가' 싶은 찰나의 공포가 스친다. 그저 발을 움직여 걷는 것만이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정상에 도착하면 정말이지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배가 고프고, 먹는다. 신의 물방울에서 나오는 듯한 정수리를 후려치듯이 놀라운 맛이다. 그러니 뒤이어 들이켜는 술 한 잔의 풍미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기로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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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겨우 몸 하나 들어가는 텐트로 기어 들어간다. '세상 어디에 던져져도 나 하나만큼은 건사할 수 있구나' 하는 기특한 성취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드르렁 드르렁~ 쿨(그냥 깊은 잠에 빠져든다). 눈을 뜨면, 엄청난 세상을 마주한다. 사실 이 순간이 백패킹을 하면서 가장 많은 감정이 드는 구간이자, 클라이맥스다. 멀리서 보는 나의 세상은 참 작기 그지없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들은 더 작다는 감정이 든다. 짐을 덜어내야 더 높은 곳에 닿을 수 있고, 높이 올라갈수록 세상의 소음은 작아진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일주일을 갉아먹던 고민들이 실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음을 목격하는 일. 그렇게 일희일비의 굴레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히고 나면, 역설적으로 내가 다시 돌아가 채워야 할 '점'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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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란 본래 여기저기 흩어진 점들을 연결해 하나의 선을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우물 안에서 점들을 쫓다 보면, 그것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도 모른 채 엉킨 실타래 속에 갇혀버리고 만다. 그렇기에 기획자에게는 이 업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자신이 판 우물 밖의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 절실하다.
아마 많은 분이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많이 지치고 힘들어하고 계실 거라 확신한다. 그래서 저마다의 솔루션을 갖고 쉼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랜 시간 내가 찾은 답은, 바로 ‘그 안에서 벗어나시라'이다. 그러니 부디, 당신을 증명해야 하는 이 세계에서 잠시 실종되어 보시길 권한다. 그곳에서 당신이 발견할 가장 완벽한 아이디어는 바로 '아무것도 기획하지 않는 당신 자신'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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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최근 이수현 씨가 번아웃을 극복하며 산티아고 길을 걷던 영상📺을 보았다. 체력이 좋지 않은 나 역시 늘 꼴찌로 걷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다. 그녀의 말처럼, 그저 묵묵히 한 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존재를 확인받을 수 있는 순간들이 분명 있기 때문에.
PS 2.
'멀어짐'의 경험이 예전에 기획했던 광고에 스며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번아웃 시절 자전거 동호회 회장이 되었던 경험에서 길어 올린 인사이트로 만든 투싼 캠페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우리에게는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체감하는 '순수한 성장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본업을 더 잘하기 위해서, 아니 나의 삶을 더 단단하게 지탱하기 위해서는 내가 내 힘으로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이 반드시 필요하니까.
(각 추신 메시지 속 이 부분📺을 클릭하시면,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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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인 자신으로부터 멀어짐으로써 오히려 기획자로 살아갈 힘을 얻는 다고 말하는 이은정 팀장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며 그녀가 만든 캠페인이 그녀와 닮아있었던 이유를, 그리고 그 캠페인들이 억지를 부리거나 힘을 주지 않아도 사람들을 고요히 매료시켰던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쉬는시간을 일부러 힘주어 기획하지 않아도 평소의 나 자신과 잠시 멀어질 용기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위안도 받았고요. 이은정 팀장님, 글도 참 잘 쓰시죠? 오랜 내공이 여러 면에서 느껴지는 한 편의 편지였습니다.
아, 이 시리즈 만들기를 잘 했다 싶었던 기쉬쉬기 첫 호였습니다. 앞으로 격주로 더 많은 기획자들을 만나, 쉬는시간 이야기 알차게 듣고 올께요. 혹시, 나도 쉬는시간 기획으로는 한 끗 한다! 하시는 분, 손 들어주세요. 클럽 BCP를 더 많은 분들이 같이 쓰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 한 걸음 한 걸음을 같이 해주시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
그럼, 클럽 BCP 10호이자 기쉬쉬기 인터뷰 시리즈의 1호 노트는 여기서 이만 마무리 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아름다운 봄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라며-
Positively Yours,
이나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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