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BCP note_08] March 12 2026 ㅣ 20 MIN RE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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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왕과 사는 남자 보셨나요?
이 글을 쓰고 있는 2026년 3월 10일 현재, 관객 동원 수 1,170만명이 넘어가고 있는 왕사남! 장항준 감독의 오랜 팬인 저는 이 천만 관객 행렬이 너무 반갑고 기쁘기까지 하답니다. 어딜가든 왕사남과 장항준 감독 이야기를 꼭 꺼내고 있을 정도에요.
데뷔 24년, 흥행작이라 부를 만한 영화 하나 없이 업계를 견뎌온 장항준 감독은, 아내 김은희 작가가 시그널과 킹덤으로 한국 장르물의 대가가 되어가는 동안 '김은희 작가의 남편'이라는 수식어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그러나 그는 위축되는 대신 아내의 카드를 자랑스럽게 쓰는 자신을 유쾌하게 드러냈고, 사람들은 그런 그를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라 부르며 아끼고 응원해왔죠. 그리고 마침내 올해,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장항준 감독은 거장직전의 감독에서 거장 감독으로, 새로운 반열 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장항준 감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약점을 감추지 않고 자기 이야기의 일부로 받아들인 사람은, 결국 성공했을 때 그 서사까지 함께 빛나게 되는구나! 사람이 그렇다면, 브랜드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말이죠. (너...너무 브랜드무새 같나요...)
그래서 한번 돌아봤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브랜드들은 자기 약점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안고 갔던 적이 있었는지를요. 그런데,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약점을 직면해야하는 SWOT 분석을 해야할 때, 목표 미달성의 원인을 분석할 때 조차도 말이죠. 어쩌면 약점을 '말하는' 게 아니라 '번역하는' 것이 업계의 룰처럼 여겨져 왔는지도 모르겠어요. W(약점) 칸에 "시장 내 인지도 확대 필요"라고 적음으로써 약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약하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 기술, 내부 리뷰에서 "이건 우리가 확실히 밀리는 부분인데요"라고 말하기보다 "경쟁사 대비 차별화 여지가 있는 영역"이라고 말하는 기술을 전수하고 전수받아오면서 말이죠.
장항준 감독은 달랐습니다. 자기 약점을 감추기 보다 자기 캐릭터의 일부분으로 감싸 안았죠. 그래서 그가 천만 감독이 되자 관객들은 비단 영화의 성과뿐 아니라, 이 자리까지 온 감독의 서사와 여정에까지 함께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모든 브랜드에는 보여주고 싶은 얼굴이 있고, 감추고 싶은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감추고 싶었던 바로 그 약점이 역설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 역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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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emish Effect
완벽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심리
"약점을 드러내면 매력이 올라간다"는 말은 그냥 감성적인 위로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꽤 단단한 심리학적 근거가 있어요. 세 가지 이론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프랫폴 효과(Pratfall Effect)
1966년, 사회심리학자 엘리엇 아론슨(Elliot Aronson)은 미네소타 대학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합니다. 참가자들에게 퀴즈쇼 오디션 녹음을 들려줬어요. 한 버전에서는 출연자가 질문의 92%를 맞히는 뛰어난 사람이었고, 다른 버전에서는 30%만 맞히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녹음의 끝부분에는, 출연자가 커피를 쏟으며 "아, 이런!"이라고 당황하는 장면이 추가되었죠.
결과는 이랬습니다. 뛰어난 사람이 커피를 쏟았을 때, 호감도가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반면, 평범한 사람이 같은 실수를 했을 때는 호감도가 떨어졌어요. 아론슨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뛰어난 사람은 자칫 '초인적'으로 느껴져 거리감을 줄 수 있는데, 작은 실수가 그를 인간적으로 만들어 오히려 친근감을 높인다고요. 이것이 바로 프랫폴 효과, 완벽함보다 매력적인 '실수의 인간미'입니다.
브랜드에 적용하면 이렇습니다. 이미 역량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가 자신의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 소비자는 그 브랜드를 더 좋아하게 됩니다. 단, 여기서 핵심 조건이 있어요. 이 효과는 '이미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대상'에게만 작동합니다. 아직 시장에서 신뢰를 쌓지 못한 브랜드가 약점을 드러내면, 그건 솔직함이 아니라 그냥 약한 브랜드로 보일 뿐이에요. 프랫폴 효과를 쓰려면, 먼저 쏟을 만한 커피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
1958년,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가 The Psychology of Interpersonal Relations에서 처음 제안하고, 이후 해롤드 켈리(Harold Kelley)가 확장한 이론입니다. 핵심은 단순해요.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볼 때, 항상 "왜 저렇게 했을까?"라는 원인을 추론한다는 것입니다.
이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 대입하면 흥미로운 역학이 생깁니다. 브랜드의 약점을 소비자가 먼저 발견하면, 소비자는 "이 브랜드가 일부러 감춘 거다"라고 귀인합니다. 의도적 은폐로 해석하는 거죠. 하지만 브랜드가 먼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 소비자는 "이 브랜드는 정직하다"고 귀인합니다. 같은 약점인데, 누가 먼저 말하느냐에 따라 은폐의 증거가 되기도 하고, 진정성의 증거가 되기도 하는 것이죠.
다시 말하면, 약점을 먼저 고백하는 행위는 소비자의 귀인 프레임을 선점하는 전략적 행동입니다. 일종의 '방어막'이에요. 나중에 누군가 그 약점을 지적하더라도, 소비자는 "아, 그건 그 브랜드가 이미 인정한 부분이잖아"라며 오히려 브랜드 편을 들게 됩니다.
세 번째, 융의 '개성화(Individuation)' 과정
칼 융에 의하면, 인간의 심리에는 세상에 보여주는 '페르소나'와 자신이 외면하는 '섀도우'가 공존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성숙(=융이 '개성화'라 부른 과정)은 이 섀도우를 부정하거나 억누르는 게 아니라, 인정하고 자기 안으로 통합하는 것에서 일어납니다.
브랜드에도 페르소나와 섀도우가 있습니다. 페르소나는 광고에서, 슬로건에서, IR 자료에서 보여주는 '가장 매력적인 우리'예요. 섀도우는 그 뒤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들; 느린 배송, 높은 가격, 좁은 라인업, 투박한 디자인 같은 것들이죠.
대부분의 브랜드는 섀도우를 철저히 숨기려 합니다. 하지만 융의 논리를 따르면, 섀도우를 통합한 브랜드는 더 깊은 아우라를 가집니다. 소비자도 본능적으로 아는거죠, 완벽한 브랜드는 없다는 걸. 그래서 완벽한 '척'하는 브랜드보다, 자기 어두운 면을 알고 있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브랜드를 더 온전하다고, 더 진짜라고 느끼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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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ck into Strength
깨진 틈이 가장 강한 부분이 된다
일본에 킨츠기(金継ぎ)라는 도자기 수선법이 있습니다. 깨진 그릇을 버리지 않고, 옻칠에 금가루를 섞어 이어 붙이는 기법이에요. 핵심은 깨진 흔적을 감추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오히려 금으로 채워 넣어서, 그릇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으로 만들어 내지요.
Chapter B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 심리학 기제를 떠올려보면, 킨츠기 도자기가 왜 수선 전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이미 아름다웠던 도자기이기 때문에 깨진 흔적이 매력이 되고, 그 흔적을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정직하게 느껴지고, 상처를 없었던 일로 만드는 대신 자기 이야기의 일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더 의미 깊은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킨츠기 도자기는 수선 전보다 값이 더 비싸기도 해요. 흠이 생긴 뒤가 아니라, 흠을 통합한 뒤에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되는 거죠.
도자기 이야기를 꺼낸 건, 실제 브랜드에서도 정확히 같은 역학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깨진 자리에 금을 입히듯, 자기 약점을 브랜드 정체성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으로 만든 사례들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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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01
'못생김'을 구출하다 — 어글리어스
어글리어스(Uglyus)라는 이름부터 선언적입니다. 'Ugly'와 'Us'의 조합 — '못난이들'이라는 뜻이에요. 이 브랜드는 모양이 작거나, 크거나, 휘었다는 이유만으로 유통시장에서 퇴짜 맞고 폐기되는 '못난이 농산물'을 산지에서 직접 수매해 소비자에게 정기배송합니다. 맛과 영양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외형이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간 5조 원 규모의 농산물이 버려지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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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어글리어스가 이 '못생김'을 숨기거나 순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걸 브랜드 경험의 전면에 내세웠어요. 배송 박스에는 '못생겨도 괜찮아'라고 적혀 있고, 구부러진 오이에는 '스마일 오이', 울퉁불퉁한 토마토에는 '멋쟁이 토마토'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구매 버튼에는 '채소 구출하기'라는 문구가 들어가요.
'구출'이라는 단어가 회의실에서 나온 마케팅 카피였을 거라 생각하기 쉬운데, 최현주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지 않더라구요. "산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그 농산물들이 정말로 구출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보여요. 판로가 없는 것들은 넓은 밭에 그냥 엎어져 있거나, 저온 저장고에 들어가 있거든요." 밭에서 체감한 것이 언어가 된 거예요. '스마일 오이' 같은 캐릭터라이징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병든 거 아니냐는 소비자의 선입견을 풀어주려고 각 채소의 사연을 적어 넣은 건데, 그게 뜻밖에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손님이 오는 기분이라는 반응을 끌어냈다고 해요.
이건 단순한 위트가 아닙니다. '결함이 있는 상품을 할인받아 산다'는 프레임을 '가치 있는 것을 구출한다'는 프레임으로 완전히 전환한 겁니다. 소비자는 싼 거 사는 사람이 아니라 구출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고, 못난이 농산물은 떨이 상품이 아니라 구출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이 브랜드의 섀도우 통합이 진짜 힘을 발휘하는 지점은, 농산물을 넘어선 순간에 있습니다. 최현주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못생겨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에 괜히 울컥했다는 후기를 많이 받아요. 국내 사회는 기준이 엄격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 것 같은 분위기가 팽배하잖아요." 못난이 농산물의 섀도우가, 소비자 자신의 섀도우와 공명한 겁니다. 브랜드의 메시지가 제품을 넘어 사람의 마음까지 건드리게 된거죠.
2021년 서비스 출시 이후 2년 8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고, 누적 가입자 15만 명 중 2030세대가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재구매율은 무려 88%. 킨츠기가 깨진 자리에 금을 입혔듯, 어글리어스는 못생긴 자리에 이름을 붙인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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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02
예쁘지 않으면 뭐 어때 — 크록스
크록스(Crocs)라는 브랜드를 떠올려보세요. 누구도 이 신발이 '예쁘다'고는 하지 않습니다. 출시 초기부터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신발"이라는 놀림을 받았죠. 패션 업계에서 미적 완성도는 거의 절대적인 가치인데, 크록스는 그 기준에서 보면 명백한 섀도우를 가진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크록스는 이 못생김을 숨기거나 고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아이덴티티의 중심에 놓았죠. 발렌시아가(Balenciaga)와의 하이패션 콜라보, 지비츠(Jibbitz)를 통한 개인화 문화, 그리고 "Come As You Are(있는 그대로 오세요)"라는 메시지까지, "우리는 못생겼습니다. 그리고 그게 좋습니다"라는 태도가 오히려 기존 패션의 획일적 아름다움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매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섀도우를 감추지 않고 포용함으로써 글로벌 연매출 40억 달러(약 5조 원)를 넘기는 브랜드가 되었으니, 못생김이 무기가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어글리어스와 크록스처럼 브랜드 정체성 차원에서 섀도우를 통합한 사례가 있다면, 이미 페르소나가 확립된 브랜드가 캠페인을 통해 자기 섀도우를 정면으로 꺼내 드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딱 그 케이스를 현대카드에서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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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03
악플을 광고에 넣다 — 현대카드 MX BOOST
2021년 현대카드 MX BOOST 캠페인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대카드는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디자인 페르소나를 가진 브랜드잖아요. 전용 서체, 슈퍼콘서트, 디자인 라이브러리... 세련됨에 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죠. 디자인 때문에 현대카드 쓴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고요. 하지만 밝음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돌게 됩니다. "디자인만 좋으면 뭐하냐, 혜택이 좋아야지"
어떻게 보면 주변부가 아니라 본업에 대한 지적이잖아요, 가장 뼈아픈 종류의 섀도우죠. 그런데 이걸 돌파해내는 현대카드의 방식이 너무 멋있었습니다. 현대카드는 이 쓴소리들을 실제 SNS에 올라온 댓글 그대로 TV 광고에 넣고 "현대카드, 악플에 강경대응 하겠습니다"라고 멋진 한 방을 날렸습니다. 이 강경 대응이라 함은, 소비자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강화된 혜택을 쏟아내는 것이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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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원성을 꺼내어 정면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현대카드는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페르소나를 가진 브랜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캠페인이 멋있게 작동할 수 있었던 건, 이미 디자인으로 유능함을 증명해온 브랜드였기 때문이 가장 클 거예요. 프랫폴 효과가 말하는 바로 그 전제 조건이죠. 거기에 은폐 대신 정면 승부를 택하면서, 진정성까지 갖춘 브랜드로 스스로를 한 단계 더 올려버렸습니다. 킨츠기가 깨진 자리에 금을 입혔듯, 현대카드는 악플 위에 혜택을 입힌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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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례의 공통 패턴. 이 브랜드들은 약점을 '인정만' 한 게 아닙니다. 약점을 자신의 세계관 안으로 통합했습니다. 어글리어스는 외형적 결점을 '구출'이라는 서사로 재정의했고, 크록스는 못생김을 '자기다움의 자유'라는 문화적 선언으로 바꿨고, 현대카드는 본업의 약점을 '강경대응'이라는 위트 있는 자기 문법으로 전환했습니다. 섀도우를 변명하지 않고, 자기 세계관의 언어로 재정의한 거죠. 융의 개성화처럼, 섀도우를 부정한 게 아니라 자기 안에 통합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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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cription
섀도우를 다루는 기획자의 처방전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약점을 드러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아론슨의 프랫폴 효과가 보여줬듯, 약점 공개는 조건이 맞을 때만 작동합니다. 플래너에게 필요한 건 "이 페르소나 뒤에 어떤 섀도우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에요. 네 단계로 나눠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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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 발견
우리 페르소나의 섀도우를 직시한다
모든 페르소나에는 섀도우가 있습니다. 현대카드의 '세련됨'은 '자기도취'라는 그림자를 만들었고, 혜택보다 디자인이 앞서는 구조를 낳았어요. 중요한 건, 이걸 내부에서 스스로 발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자기 약점을 진단하는 건 사람도 어렵고, 조직은 더 어렵거든요. 효과적인 방법은 외부 시선을 구조화해서 빌리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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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팁: '칭찬 뒤의 단서' 기법
섀도우는 종종 칭찬 뒤에 숨어 있습니다. "디자인은 멋진데..."라는 문장에서 '멋진데' 뒤에 오는 말이 섀도우예요. 리뷰와 SNS에서 "~인데/~이긴 한데/~지만" 뒤에 오는 표현만 모아도 우리 브랜드의 섀도우 지도가 그려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세 단어로 정의해보고, 그 세 단어 각각의 반대편을 적어보는 거에요. '세련됨'의 반대급부는 '자기도취'이고, '합리적 가격'의 반대급부는 '싸 보임'이고, '장인정신'의 반대급부는 '느림'일 수 있잖아요. 페르소나가 강할수록 섀도우도 선명해지기 마련이니까, 거기에 우리 브랜드의 섀도우가 있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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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2. 분류
드러낼 섀도우와 고칠 섀도우를 구분한다
발견한 섀도우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는 없어요. 판단 기준은 하나입니다. "이 약점이 우리 브랜드의 페르소나, 즉 에센스와 연결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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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다면 A — 커뮤니케이션 자산입니다. 어글리어스의 '못생김'은 브랜드 에센스와 불가분의 관계에요. 이걸 고치면 존재 이유가 사라집니다. 크록스의 못생김도 마찬가지죠. 이런 약점은 감추는 게 아니라 선언해야 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A에는 변형이 있습니다. 현대카드처럼 약점이 본업 역량과 관련되어 반드시 고쳐야 하지만, 고치는 과정 자체를 커뮤니케이션 자산으로 쓸 수 있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약점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해결책을 보여주는 구조, 이걸 A의 '돌파형'이라고 볼수 있겠습니다. 어글리어스·크록스형이 "이게 우리다"라는 선언이라면, 현대카드형은 "우리도 안다, 그래서 이렇게 바꿨다"라는 응답인 셈이죠.
연결되지 않지만 소비자가 체감하고 있다면 B — 내부 개선 과제입니다. 배송 지연이나 UI 불편 같은 운영적 약점이에요. 솔직히 인정하되, 구체적인 개선 타임라인과 함께 전달하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브랜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C — 리스크 관리 영역으로 삼아야 합니다. 품질 안전, 노동 환경, 데이터 보안 같은 문제는 어떤 서사로도 포장할 수 없어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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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3. 통합
섀도우를 페르소나의 서사에 녹인다
A로 분류된 섀도우를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할 때,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약점을 '변명'하지 말고, '선언'하라는 것이에요. "우리가 비싼 건 어쩔 수 없어요, 원가가 높아서…" 이건 변명입니다. "우리는 비쌉니다. 이 가격에는 타협하지 않은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이건 선언이에요. 같은 팩트인데 전자는 방어적이고, 후자는 주체적입니다.
변명을 선언으로 바꾸는 데에는 세 단계가 필요합니다. 첫째, 인정(Acknowledge). 약점을 소비자의 언어로 그대로 가져오세요. 현대카드가 실제 악플을 광고에 넣은 것처럼, 날것의 표현이 진정성의 증거가 됩니다.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했듯, 우리 업계는 약점을 '번역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지만, 여기서는 번역하지 마세요. 둘째, 연결(Connect). 그 약점이 브랜드 페르소나의 어떤 면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어글리어스의 못생김이 폐기를 막는 가치 소비와 연결되듯, 약점 뒤에 숨은 '왜'를 제시하세요. 셋째, 전환(Transform). 약점을 브랜드만의 언어로 재정의해보세요. '결함'을 '구출'로, '혜택 부족'을 '강경대응의 대상'으로 바꾼 것처럼요. 이 전환이 성공하면 소비자는 약점을 떠올릴 때마다 브랜드의 세계관을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B 유형도 원칙은 비슷하되 결이 다릅니다. 숨기는 것보다 인정하는 편이 낫지만, 선언이 아니라 약속이 되어야 해요. 문제의 인정 + 원인의 맥락 + 해결의 시간표를 세트로 전달하세요. "배송이 느리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습니다. 산지 직거래 구조상 유통 시간이 추가되는데, 3분기까지 OO 시스템을 도입해 2일 단축할 계획입니다." 처럼요. 그리고 반드시, 진척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유하세요. 약속만 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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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4. 모니터링
섀도우의 온도를 지속적으로 측정한다
섀도우 관리는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상시 프로세스입니다. 한번 인정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페르소나가 진화하면 섀도우도 함께 변합니다.
분기마다 세 가지를 점검해보세요. 첫째, 기존 섀도우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트래킹해봅니다. 현대카드가 MX BOOST 이후 혜택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면, '혜택이 약하다'는 섀도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겠죠. 대신 새로운 섀도우가 생겼을 수도 있고요. 둘째, 새로운 페르소나가 만들어낸 새로운 섀도우는 없는지 탐색해봅니다. 브랜드가 성장하면 새로운 강점이 생기고, 그 강점은 반드시 새로운 그림자를 동반하게 마련이니까요. 셋째, 경쟁사가 우리의 섀도우 영역에서 강점을 구축하고 있지는 않은지 꼭 리서치 해보세요. 그렇다면 그 섀도우의 긴급도가 올라갑니다.
특히 주의할 건 섀도우의 '이동'입니다. A였던 것이 소비자 피로감으로 B가 되기도 하고, B였던 운영 이슈가 안전 문제로 번져 C가 되기도 해요. 반대로 시장이 변하면서 B였던 약점이 차별화 포인트가 되어 A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섀도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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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이, 기획자들이 당장 써먹어볼 수 있는 Prescription을 정리해봤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상황을 점검해볼 수 있는 Self-Check List로도 구성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에서 다운로드 받고 check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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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브랜드는 없습니다. 온전한 브랜드가 있을 뿐이에요. 온전하다는 건, 결점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알고 있고,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 품고 있다는 뜻입니다.
작사가 김이나씨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잘 관리된 컴플렉스가 그 사람의 결과 질감을 만들어준다" 사람에게도, 브랜드에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완벽하게 매끈한 표면보다, 잘 다듬어진 흠집이 있는 표면이 더 깊은 질감을 가지게 되죠. 더 눈길을 사로잡기도 하고요. 여러분, 혹은 여러분의 브랜드가 감추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혹시 그것이, 가장 매력적인 질감이 될 수 있진 않을까요?
Positively Yours,
이나연 드림
References
Aronson, E., Willerman, B., & Floyd, J. (1966). The effect of a pratfall on increasing interpersonal attractiveness. Psychonomic Science, 4(6), 227–228.
Heider, F. (1958). The Psychology of Interpersonal Relations. Wiley. / Kelley, H. H. (1967). Attribution theory in social psychology. Nebraska Symposium on Motivation, 15, 192–238.
Jung, C. G. (1959). The Archetypes and the Collective Unconscious. Collected Works Vol. 9i.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2024.02.09). 못난이 채소의 재발견! 어글리어스 최현주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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