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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19
June 18 2026 | 7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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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점이 없다구요?
어쩌면 소비자들 안에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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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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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클럽 BCP 19호입니다.
얼마 전, 한 구독자님께서 질문을 남겨 주셨습니다. “우리 브랜드에는 내세울 만한 차별점이 도무지 없어서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의 신념과 철학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볼까 싶은데, 그것만이 유일한 길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럴 때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는 내용이었어요.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신 분이 많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차별점이 잘 보이지 않을 때, 그리고 시중에 비슷한 제품이 많이 보일 때 과연 무엇을 잡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막막해지죠. 이런 때에는 무언가 그럴듯한 것을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바심에 사로잡히기도 쉽습니다.
어떻게 답변을 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너무나도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요즘 한창 이사온 집 꾸미기에 열중 중이거든요. 하루에도 몇 번씩 오늘의집, 무인양품, 이케아, 챕터원, 르위켄드 앱을 들락날락 하고 있는데, 그러다가 발견한 한 스툴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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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툴로 태어나 휴지 수납함으로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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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코아(MOKOA)의 ‘블룸 수납 스툴’은 본래 앉는 용도의 스툴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통통한 꽃봉오리처럼 생긴 다리에, 뚜껑을 열면 안쪽으로 동그란 수납공간이 나오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수납공간의 깊이와 폭이, 두루마리 휴지 네 개를 가지런히 세워 넣기에 딱 맞았던 모양입니다. 그걸 먼저 알아챈 건 만든 사람이 아니라 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휴지를 채워 넣은 사진과 “이거 휴지 보관으로 진짜 딱이다”라는 후기가 줄줄이 올라오면서, 어느새 이 스툴에는 ‘휴지 보관 스툴’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SNS 핫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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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코아 ‘블룸 수납 스툴’ ⓒ MOK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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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을 만든 사람은 어리둥절했었나 봐요. 그가 쓰레드에 남긴 이 멘트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고객들이 제품의 용도를 정한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내가 직접 겪을 줄이야!” 사람들이 휴지 보관에 이토록 진심일 줄은 몰랐다는 말도 덧붙였어요. 그러자 답글 행렬이 이어졌는데요, 답글들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고객은 “뚜껑에 제습제를 넣을 수 있게 만들고, 이참에 제습제도 같이 파시라”는 제안을 남겼고, 오너는 “개선 의견 접수했다”며 유쾌하고 흔쾌하게 덥석 물기도 했고요. (아, 요즘 쓰레드 정말 저의 최애 매거진?입니다ㅎㅎ)
저는 이 짧은 일화 안에 구독자님의 질문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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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차별적 가치란 쓰는 사람이 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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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차별점을 ‘내가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많은 경우 차별점은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쓰고 있는가’를 관찰하는 데서부터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니 차별점이 없다고 느껴질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없는 차별점을 억지로 지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내 브랜드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무엇이라 부르고 있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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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용무’를 해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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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오래된 마케팅의 통찰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자신의 저서 『일의 언어』에서 사람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를 ‘Jobs to Be Done’이라는 관점으로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제품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어떤 용무를 해결하기 위해 그 제품을 잠시 ‘고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화를 함께 소개합니다. 한 패스트푸드 회사가 밀크셰이크를 더 팔고 싶어 맛과 농도를 아무리 손봐도 매출이 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 밀크셰이크를 ‘아침 출근길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점심까지 든든하게 버티게 해주는 동반자’로 쓰고 있었다는 거죠. 사람들이 산 것은 밀크셰이크라는 음료가 아니라, 지루한 운전 시간을 견디게 해줄 무언가였던 겁니다.
휴지 수납함이 된 스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앉는 가구’를 산 것이 아니라, ‘좁은 화장실에서 휴지를 깔끔하게 숨겨둘 방법’을 산 것이었어요. 그 용무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순간, 그것이 곧 그 브랜드의 차별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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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알려주고, 브랜드가 응답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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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례도 있어요. 언젠가부터 SNS에는 서브웨이 샐러드를 색다르게 먹는 법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샐러드를 주문할 때 재료를 잘게 다져(chop) 달라고 한 뒤, 그것을 또띠아에 돌돌 싸면 근사한 타코가 된다는 거였죠. 한 소비자가 놀랍도록 맛있다는 후기를 올리자, 비슷한 인증 후기가 불티나게 따라 올라왔습니다. 사람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저마다 자기 식대로 변형하기 시작했어요. 풀무원 두부 또띠아로 싸서 다이어트 타코를 만드는가 하면, 호밀 식빵에 싸서 이삭 토스트 비건 버전을 만들기도 했죠. 라이스페이퍼로, 김밥 김으로, 심지어 차돌박이로… 취향에 따라 새로운 레시피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다음입니다. 서브웨이는 이 소비자들의 레시피를 모른 척하지 않았어요. SNS에서 화제가 된 바로 그 ‘타코 샐러드’를 아예 정식 메뉴로 출시했거든요. 소비자가 발견한 쓰임새를, 브랜드가 정식으로 받아들여 메뉴판에 올린 것입니다.
이렇게 소비자가 제품을 자기 방식대로 변형해 즐기는 현상을, 마케팅에서는 ‘모디슈머(modisumer, modify와 consumer의 합성어)’라고 부릅니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가 대표적이지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변형이 브랜드를 망가뜨리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브랜드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매력과 쓰임새를 드러내 준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는 종종 만든 사람(Producer)보다 그 제품을 더 창의적으로, 더 정확하게 사용하는 ― 또 하나의 프로듀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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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속에서, 진짜 쓰임새를 재발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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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바로 고객의 소리(VOC), 그러니까 사람들이 남긴 후기와 리뷰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다만, 별점이 몇 개인지, 만족한다는 말이 있는지만 보고 지나치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 이 제품을 썼는지, 무엇을 해결하려고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기 라이프스타일에 적용하고 있는지 ― 별점 너머의 이야기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후기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검색할 때 어떤 단어를 함께 넣는지, 의도하지 않은 사용 사진이 올라오면 그 안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생활의 장면이 무엇인지도 관찰해보세요. 이런 신호들을 수집하다 보면, 제품·서비스를 만들 때 상상했던 쓰임새가 아니라 사람들의 실생활에 정말로 핏(fit)하는 진짜 쓰임새가 어느 순간 또렷하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겁니다. 서브웨이가 그랬듯 소비자가 알려준 쓰임새를 반영해서 공식적으로 제품화까지 하게 된다면, 그것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차별점이 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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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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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서 구독자님은 신념과 철학을 내세우는 것이 유일한 길인지 물으셨다고 했었지요. 브랜드를 만든 사람의 신념과 철학으로 차별점을 세우는 일은 분명 멋진 길입니다. 다만 그보다 더 삶에 착 붙은, 우리만의 가치를 찾고 싶으시다면 오늘의 주제와 맞닿은 방법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브랜드를 만든 사람의 ‘신념’ 이전에, 브랜드를 쓰는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시라고요!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customer rarely buys what the business thinks it sells him.”(고객은 기업이 ‘판다’고 생각하는 것을 좀처럼 ‘사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무엇을 파는 브랜드인지조차, 우리보다 그것을 쓰는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오늘은, 우리 브랜드를 쓰는 누군가의 일상을 가만히 관찰해보시면 어떨까요. 차별점은 그 평범한 하루 어딘가에 이미 살아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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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브랜드의 건승을 빌면서―
Positively Yours,
이나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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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노트, 어떠셨어요?
한마디가 다음 호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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