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NOTE 22 2026. 7. 30 | 10 MIN RE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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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탐험하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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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격주로 찾아뵙게 된 클럽BCP 22호입니다. 예전에는 한 브랜드를 오래 사용하는 것이 마치 미덕으로 여겨졌습니다. 오래 쓰는 습관은 곧 충성도라고 불렸고, 특정 브랜드를 오래 사용한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취향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받아들여졌지요. 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로열티가 높은 사람들이라 보며 특히 밀착해서 관리해왔고요. 그런데 요즘 제 눈에 자꾸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날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명품 하우스의 제품을 쓰다가도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로컬 향수 앞에 기꺼이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 또 이제 막 자기 이름을 내건 조향사의 첫 제품을 발견하면 누가 만들었는지, 왜 이런 향을 만들었는지 찾아보며 한동안 깊이 빠져드는 사람들 말입니다. 한 브랜드에 정착하기보다는 하이엔드와 신생 브랜드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오가면서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할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하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들은 브랜드를 소비한다기보다 마음껏 즐기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이미 만족스러운 제품을 가지고 있어도 계속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 이들의 부상이 브랜드씬에는 어떤 의미를 가져다 줄까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한번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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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바꾸지만, 싫증이 나서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
브랜드를 자주 바꾸는 사람을 우리는 대체로 쉽게 싫증을 내는 사람, 더 저렴한 제품을 찾아 옮겨 다니는 사람, 아직 자기 취향을 확립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브랜드에 관심이 없어서 옮겨 다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계속 새로운 대상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지요. 잠시 그 사람들에 빙의해서, 이들이 브랜드를 즐기는 모습을 한번 그려볼까요?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면 일단 도파민이 돕니다. 곧바로 그 브랜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찾아보기 시작하죠. 만든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이 제품을 내놓았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은 책을 읽거나 낯선 세계를 여행하는 것만큼 즐겁습니다. 마음에 들면 직접 구매해 사용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발견하고 알아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며 그 즐거움을 나눕니다. 발견하고, 알아보고, 경험하고, 소개하는 것. 이들은 브랜드를 둘러싼 이 모든 과정을 놀이처럼 즐기는 거죠. 언뜻 보면 이들은 덕후와 비슷해 보이지만, 즐기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덕후가 특정 카테고리 안에서 지식과 경험의 깊이를 확장한다면, 이들은 향수와 조명, 그릇과 문구처럼 여러 카테고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브랜드를 동시에 향유합니다. 하나의 대상을 깊이 파고드는 즐거움보다 새로운 대상을 끊임없이 발견하며 취향의 폭을 넓히는 즐거움에 더 가깝다고 할까요. 마치 탐험하듯이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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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자랑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취향의 폭입니다 |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무엇을 자랑하느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대상은 여전히 물건이지만, 그 물건이 자랑거리가 되는 이유는 가격이나 희소성만은 아니거든요. 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다양한 브랜드를 알고 경험했는가입니다. 무엇을 소유했는지보다 무엇을 알아봤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
“이 브랜드 알아?” “여기 정말 좋아.” “이건 아직 유명하지 않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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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 번째 문장이 이들의 성향을 잘 보여줍니다. 아직 유명하지 않다는 사실이 흠이 아니라 오히려 소개할 이유가 된다는 것이 포인트에요. 비싼 제품을 소유했다는 사실보다 좋은 브랜드를 남들보다 먼저 알아봤다는 사실에서 더 큰 만족을 얻기 때문이겠죠. 제가 이런 사람들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 데에는 유튜브 채널 ‘소비요정의 도시탐구’가 크게 한 몫을 했어요. 소비요정이 찾아가는 다양한 이들의 공간을 보면 어느 집이고 빠짐없이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브랜드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신생 브랜드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동네의 작은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물건도 있고, 지인이 직접 만든 제품도 있고요. 브랜드의 역사와 인지도, 가격대는 제각각이지만 출연자들이 이것들을 소개하는 태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더라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자신이 좋다고 느낀 브랜드라면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똑같은 애정과 확신을 담아 이야기하는 것도 보기에 좋았고요. 특히 눈여겨본 것은 그때 사람들의 표정과 목소리였어요. 좋은 브랜드를 발견했다는 기쁨을 좀처럼 감추지 못하고 마는! (웃음) “이것도 한번 보세요”라고 말하며 다음 물건을 꺼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들이 정말 자랑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유명하고 비싼 물건을 소유했다는 사실보다, 좋은 브랜드를 알아보고 먼저 발견한 자신의 안목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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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폭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은 이미 삼십여 년 전에 관찰되었습니다 |
취향의 폭이 새로운 구별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 포착한 학자가 있습니다. 미국의 문화사회학자 리처드 피터슨(Richard A. Peterson)입니다. 당시 문화사회학을 지배하던 설명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였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클래식이나 순수예술처럼 고급문화로 분류되는 대상을 선호하고, 이를 통해 다른 계층과 자신을 구분한다는 것이었죠.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멀리하는지가 곧 그 사람의 지위를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피터슨은 미국 사회의 문화 소비를 분석하던 중, 기존의 설명과 다른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클래식과 순수예술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급문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면서도 당시에는 저급하거나 대중적이라고 여겨지던 문화까지 폭넓게 즐기고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피터슨은 여기서 중요한 변화를 읽어냅니다. 바로 구별짓기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무엇을 소비하지 않느냐가 지위를 드러냈다면, 이제는 얼마나 다양한 문화를 알고 향유하느냐가 새로운 구별의 기준이 되고 있었던 것이죠. 그는 이렇게 폭넓은 문화 취향을 지닌 사람을 ‘옴니보어(omnivore)’, 우리말로는 잡식성 문화 소비자라고 불렀습니다. 반대편에는 한두 가지 문화 장르만 제한적으로 소비하는 ‘유니보어(univore)’를 놓았고요. 이후 로저 컨과 함께 발표한 1996년 논문의 제목, 「고급 취향의 변화: 스노브에서 옴니보어로(Changing Highbrow Taste: From Snob to Omnivore)」에는 그가 발견한 변화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
얼마나 폭넓게 알고 즐기는지가 한 사람의 취향과 정체성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피터슨의 옴니보어는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브랜드 탐험가들과 꽤 닮아 있지만, 동시에 중요한 차이도 있습니다. |
첫째, 브랜드 탐험에는 높은 사회적 지위가 필수 조건인 것은 아닙니다. 피터슨이 관찰한 옴니보어의 폭넓은 취향은 높은 사회적 지위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향유하는 능력 자체가 문화자본으로 기능했습니다. 반면 오늘날의 브랜드 탐험은 반드시 높은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를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몇천 원짜리 동네 브랜드를 발견하는 일에서도 동일한 만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본보다 호기심과 탐색 역량이 더 중요한 조건이 된 것입니다. |
둘째, 취향의 폭이 개인의 구별에 그치지 않고 정보의 공유와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옴니보어의 폭넓은 취향은 결과적으로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는 지위 신호로 기능했습니다. 반면 오늘날의 브랜드 탐험가는 자신이 발견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합니다. 어디에서 샀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무엇이 좋았는지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물론 이 과정에도 ‘내가 먼저 발견했다’는 자기표현의 욕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은 정보를 독점하는 방식보다 유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이들의 영향력은 남들이 모르는 것을 혼자 아는 데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발견한 가치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서 생겨납니다. |
셋째, 탐색의 대상이 문화 장르를 넘어 일상의 브랜드와 제품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피터슨의 연구가 주로 음악과 예술 같은 문화 장르를 다루었다면, 오늘날의 브랜드 탐험은 생활용품과 공간, 패션, 식음료를 비롯한 일상 전반의 브랜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감상하는 대상에 머물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구매하고 사용하며 자신의 공간과 생활 안에 배치합니다. 따라서 브랜드를 탐험하는 일은 취향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자신의 생활양식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과정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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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탐험이 하나의 소비 방식이 된 이유 |
과거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었습니다. 전문 잡지를 구입하거나 편집숍을 방문해야 했고, 때로는 직접 여행을 해야 했습니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도 컸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죠. 소셜미디어와 추천 알고리즘은 소비자가 알지 못했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요, 검색과 커뮤니티는 브랜드에 관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합니다. 전자상거래는 발견한 제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고, 브랜드 창업자는 유통업체나 언론을 거치지 않고도 자신의 철학과 제작 과정을 직접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브랜드 소비를 둘러싼 세 가지 비용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내는 발견 비용, 브랜드에 관한 정보를 확인하는 탐색 비용, 실제 구매와 사용으로 이어지는 거래 비용입니다. 발견과 탐색이 쉬워지면서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취미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 하나를 선택해 오래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 소비의 전형이었다면, 지금은 좋은 브랜드를 계속 찾아내고 알아가는 일도 소비의 중요한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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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선택받는 것’에 앞서 ‘발견되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
브랜드 탐험가가 늘어나면 브랜드 전략의 우선순위도 달라집니다. 물론 모든 브랜드는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선택만을 목표로 하면 경쟁은 가격, 품질, 인지도, 유통력과 같은 비교 기준에 집중됩니다. 이 경쟁에서는 자원과 규모를 갖춘 브랜드가 유리합니다. 반면 발견 가능성(discoverability)을 높이는 전략은 경쟁의 기준을 바꿉니다. 브랜드 탐험가는 규모나 인지도만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작더라도 발견하고 이해하고 소개할 이유가 분명한 브랜드라면 이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발견되는 브랜드는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요. 저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첫째, 탐색할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 탐험가가 즐기는 것은 제품의 기능만이 아닙니다. 왜 이 제품을 만들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기준을 지켰는지, 무엇을 포기했는지까지 알고 싶어 합니다.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검색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검색 결과에서 무엇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제품 사진과 가격만 나온다면 소비자는 브랜드를 더 깊이 탐색할 수 없을 거에요. 창업자의 문제의식, 제품의 제작 과정, 소재를 선택한 기준, 브랜드가 해결하려는 문제 가운데 하나라도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를 브랜드가 먼저 제공해야 합니다.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호호당이 이러한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호호당은 제품마다 그 제품에 담긴 문화적 배경과 의미를 설명합니다. 조각보 코스터에는 작은 천 조각을 이어 하나의 쓰임을 완성해온 조각보의 의미가 담겨 있고, 동심결 매듭에는 두 마음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는 단순히 디자인이 아름다운 코스터나 매듭을 구매하는 데 그치는게 아니라, 제품에 담긴 의미와 제작 맥락까지 함께 이해하게 됩니다. 소비자가 탐색한 정보는 곧 다른 사람에게 브랜드를 소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되고 말이지요. |
둘째, 정보가 단계적으로 발견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브랜드에 관한 모든 정보를 첫 화면에서 한꺼번에 설명하면 소비자는 무엇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보를 감춰서도 안 됩니다. 필요한 것은 정보 제시의 순서입니다. 첫인상에서는 브랜드의 핵심적인 차이를 이해하게 하고, 관심이 생긴 소비자가 제품과 제작자, 철학과 역사에 관한 정보를 단계적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홈페이지, 상세페이지, 소셜미디어, 오프라인 공간이 각각 다른 깊이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발견되는 브랜드는 소비자가 관심의 깊이에 따라 새로운 내용을 계속 알아갈 수 있는 정보 구조를 갖춘 브랜드입니다. |
셋째, 발견한 가치를 한 문장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 탐험가는 자신이 발견한 브랜드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데서도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브랜드를 소개하려면, 그 브랜드의 가치를 압축해 전달할 수 있는 한 문장이 필요합니다. 소비자의 머릿속에 그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브랜드를 좋아하더라도 무엇이 좋은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브랜드를 경험한 사람이 친구에게 우리를 소개한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올 법한 문장을 직접 써보면 좋겠습니다. “디자인이 좋은 조명 브랜드”라고 썼다면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조명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전라북도 종이 명인이 만든 한지와 버려진 가구에서 되살린 라탄을 결합해, 빛이 수묵화처럼 은은하게 번지는 조명을 만드는 브랜드”라면 어떨까요? 이 한 문장에는 브랜드가 선택한 소재의 출처와 제작 방식, 소비자가 제품을 통해 경험하게 될 빛의 특성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이 브랜드를 선택할 이유가 생기고,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깃거리도 분명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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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브랜드 탐험가가 늘어났다고 해서 고객 충성도의 중요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브랜드와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는 고객은 여전히 브랜드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입니다. 달라진 것은 충성도가 형성되는 순서입니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와 고려도를 높이고 구매를 유도한 뒤, 반복 구매와 충성도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계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과정의 맨 앞에 ‘발견’이라는 단계가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브랜드 가운데 하나를 수동적으로 고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직접 새로운 브랜드를 찾아내고, 누가 왜 만들었는지 살펴보며, 그 의미를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합니다. 브랜드가 이 발견의 기회를 만들지 못하면 고려와 구매의 대상이 되기도 어렵습니다. 소비자가 먼저 브랜드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궁금해해야 탐색이 시작되고, 그 다음에야 선택과 경험, 반복 구매로 관계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발견을 충성도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알아차리고 관계를 시작하게 만드는 ‘충성도의 출발점’으로 이해하신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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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
오늘은 제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브랜드 탐험가’라는 이름으로 풀어보았습니다. 오늘 노트를 쓰면서 특히 즐거웠던 것은, 이것이 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일이 특정한 취향에 소속되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어떤 브랜드를 사용하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를 보여주었죠. 지금은 어쩌면 자신이 알고 있는 브랜드의 폭을 자기표현의 자원으로 사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에게 브랜드는 소속을 증명하는 표식이라기보다 자신의 생활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재료에 가까워졌고요. 그렇게 본다면 앞으로의 충성도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는지가 아니라, 소비자가 그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같은 의미로, 앞으로 점점 더 자주 발견되고 선택되는 브랜드는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확인하고, 생활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의미와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는 브랜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
자, 지금 구독자님의 브랜드는 어떤가요? 누군가가 발견하고, 더 알아보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어질 만한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나요? |
모든 브랜드의 건승을 빌면서― Positively Yours, 이나연 드림 |
오늘 노트, 어떠셨어요? 한마디가 다음 호를 만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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