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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23
2026. 8. 20 | 20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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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네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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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클럽BCP 23호 노트입니다.
구독자님께서는 업무에 AI를 자주 활용하고 계신가요? 저는 AI를 꽤 활발하게 활용하는 편이에요. 문장 윤문,
인사이트 찾기, 2차 자료 번역, 사고 검증 등을 주로 하죠. 요즘은 친구를 만나거나 옛 동료들을 만나면 AI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하고 있어요. 어떤 모델을
쓰는지, 어떤 일을 AI에게 맡기는지, 어디까지 믿고 쓰는지 서로 물어보느라 오디오가 매번 물리기도 해요 ㅎㅎ. 대체
AI의 기능과 기량을 최대한 잘 뽑아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한 것이 서로 너무 많아서 시간이 훌쩍 가기 일쑤고요.
저는 최근에 Claude 코딩으로 “사주팔자 풀이와 별자리 네이탈 차트 분석을 통해 기획자 본인이
가진 강점을 찾아주는 앱(?)” (기네요…) 을 만들었는데요, 정말 짜릿했어요. 제가 알고 있는 지식, 원리, 개념 등을 최대한
충실하게 넣어주고, 사용자가 쓰기 편리하도록 UI/UX를 잘 다듬는 데에 살짝 애를 좀 썼을 뿐인데, 상용화해도 될 만큼 그럴싸한 서비스앱이 만들어졌거든요.
이건 좀 독특한 경험이었다면 ^^ 제 본업에서는 제 기획서를 다시 읽고 크리틱하게 하는 데에 AI 툴들을 가장
활발하게 쓰고 있어요. 이 작업들 속에서도 AI의 놀라운 기량들을 목도하는 중입니다. 단 3분 만에 이토록 뾰족하고 (아프고) 정확한 비판들이라니, 실제
업무에 굉장히 큰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이렇게 AI와 함께 일하는 순간들, 작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누군가 AI로 꽤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하면
결과물보다 그 과정이 너무 궁금해진 요즘입니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넣었을까. 어떤 질문을 던졌기에 저런 답이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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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은 AI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있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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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질문을 던졌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 나왔는지, 전략이 막혔을 때 무엇을 시켜봤는지, AI가 내놓은
그럴듯한 답을 어떤 질문으로 다시 정교화해보려고 했었는지. 사실 기획자끼리 정말 알고 싶은 것은 이런 것들일 겁니다.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여기까지 대화가 깊게 들어가기가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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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사람은 많은데, 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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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자기 프롬프트를 그대로 공개하는 일이 생각보다 드물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질문이라면 그것도 일종의 자기 노하우, 영업 기밀일 테니까요. 저 역시 일을 하다가 “오, 이건 꽤
괜찮은데?” 싶은 프롬프트를 만나면 따로 아카이빙을 하고 있기도 해요. 폴더명은 업무 보물함이고요. (ㅎㅎ)
비단 프롬프트를 감춰두기 때문에만 대화가 깊어지지 않는 것 또한 아닙니다. 기획은 매번 과제가 다르다는 것이
어쩌면 더 큰 허들이죠. 어떤 프로젝트에서 기가 막히게 작동했던 질문이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브랜드도 다르고 시장도 다르고,
무엇보다 풀어야 할 문제가 다르니 “이 프롬프트를 써봐”라고 공유하기가 애초에 어렵습니다.
내가 AI를 특별히 잘 쓰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서, 굳이 남에게 공유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들도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의 AI 활용법은 몹시 궁금한데, 서로의 진짜 노하우가 오가는 일은 드문 재밌는 상황들이 종종 벌어지죠. 묻는 자는 있는데
답하는 자는 없는 상황이랄까요. AI 이야기는 그렇게 자주 하는데도 “나는 이런 순간에 이렇게 묻는다”까지 들어가는 대화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이유가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노트에서는 제가 먼저 몇 가지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잘 먹히는 프롬프트
모음’을 소개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앞서 말했듯 프로젝트마다 상황이 다른데 문장 하나를 그대로 복사한다고 같은 결과가 나올 리 없으니까요. 대신
여러 기획을 하면서 과제가 달라져도 반복해서 유용했던 질문의 방향을 몇 가지 골라봤습니다.
거창한 프롬프트 공식이라기보다, 기획이 막혔을 때, 혹은 반대로 너무 쉽게 답이 나왔을 때 AI에게 한 번쯤 시켜볼 만한 네
가지 사고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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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답을 찾기 전에, 문제부터 의심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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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P를 AI에게 주면 놀랄 만큼 빠르게 내용을 요약하고 문제를 정리한 뒤 전략까지 제안합니다. 몹시
편리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속도 때문에 놓치기 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AI는 대체로 RFP 속에 주어진 문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클라이언트들이 RFP에 적어놓은 과제 역시 현재 상황에 대한 하나의 진단입니다. 그리고 모든 진단이
그렇듯,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지도를 높여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고 해볼까요. 사람들이 브랜드를 잘 몰라서
선택하지 않는다면 인지도를 높이는 솔루션을 응당 도출해가야겠지요. 하지만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데도 선택하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문제는 인지도가
아니라 선호도일 수도 있고, 구매 전환을 막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지도를 아무리 잘 높여도 처음 기대했던 결과에는 도달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RFP를 받으면 곧바로 “어떻게 풀까?”로 넘어가기보다 한 번 다른 방향에서 읽어봐야 합니다. 어찌
보면 기획의 기본기죠. 프롬프트로는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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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RFP의 핵심 포인트를 불렛형으로 정리해줘. 문서를 그대로 요약하는 것이 아닌, 발주처가 왜 지금 이 과제를 내놓았는지 관련된 기사,
2차 자료들을 끌어와 분석해서 RFP 속에 담긴 의도, 배경, 목표, 핵심 인식 과제를 분별해서 정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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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문서에 적힌 내용을 다시 정리하게 하는 대신, 이 과제가 등장한 배경과 발주처의 의도를 읽어보게 하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또 하나 조심할 것이 있습니다. AI에게 과제의 배경을 추론해달라고 하면,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까지 앞뒤 맥락을 이용해 그럴듯하게 채워 넣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추론한 내용도 확인된 사실과 똑같이 매끄러운 문장으로 제시된다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런 지시를 곁들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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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지금 정보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은 결론 내리지 말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더 알아내야 하는지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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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초반에는 답을 빨리 얻는 것보다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 구분하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아직 모르는
것’은 그대로 다음 리서치의 출발점이 됩니다.
AI와 스마트하게 협업하는 일은 답을 구하는 데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판별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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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번에 멋진 전략이 나오면, 과제를 ‘돌려쓰기’한 것은 아닌지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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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들어주는 전략 문장은 대체로 꽤 멋들어집니다. 그럴싸하고요.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문장이 달라진 것을 생각이 달라진 것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과제가 이렇다고 해보겠습니다. “젊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AI가 첫
번째 전략으로 이런 문장을 내놓았죠. “젊은 고객에게 선택받는 브랜드로 전환한다.”
얼핏 보면 전략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판단은 거의 없습니다. ‘젊은 고객을
확보한다’는 과제를 ‘젊은 고객에게 선택받는다’는 표현으로 바꿨을 뿐, 왜 지금 젊은 고객이 이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는지,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과 판단은 생략되어 있죠.
그래서, 검산을 위한 질문을 한 번 더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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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과제를 다른 말로 바꿔 쓴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도출한 전략을 다시 분석해봐. 그리고 과제에서 전략으로 넘어오면서 새롭게 추가된 판단이
무엇인지 기술해줘. 새로운 판단이 없다면 아직 전략이라고 하지 말고, 이 과제를 풀기 위해 우리가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토의할
수 있도록 정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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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음으로써, 주어진 과제의 전략 방향성을 도출하는 데에 꼭 필요한
판단거리를 뽑아보는 것입니다.
‘젊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가 과제라면, 전략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젊은 고객이 왜 이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는지에 대한 해석이 하나는 필요합니다. 브랜드가 낡아 보여서인지, 나와 상관없는 브랜드라고 느껴서인지, 경쟁 브랜드에 비해 선택할 이유가
부족해서인지에 따라 전략은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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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럴듯한 인사이트가 나오면, 그 인사이트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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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가설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흩어져 있던 사실들이 하나의 설명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에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인데요, 하나의 설명이 마음에 들기 시작하면 그 설명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더 잘 보이고,
반대되는 사례는 필요 없는 사실이나 거짓처럼 느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AI 역시 우리가 제시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데 꽤 능숙해서, “이 가설이
맞다는 근거를 찾아줘”라고 하면 사례와 논리를 빠르게 모아줍니다. 아, 이 가설이 옳구나 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되죠.
그래서 저는 반례를 찾는 질문을 꼭 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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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이 가설, 주장, 혹은 인사이트로 설명되지 않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어. 그는 누구이고, 특히 어떤 상황에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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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사람들은 점점 편리함을 추구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많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말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검색과 결제에서는 클릭 한 번이라도 줄어드는 것을 선호하니까요.
그러나 유심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모든 행동이 이 설명에 들어맞는 것 또한 아닙니다. 평소
출퇴근길에서는 효율과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여행에서는 일부러 먼 곳까지 찾아가는 사람도 있고, 모든 일을 루틴화, 자동화 하는 사람이 취미를 위해서는 다루기
어려운 도구를 배우기도 하고, 온라인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는데도 구태여 매장까지 찾아가 직접 확인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런 경우는 아래처럼 질문을
더 구체화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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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사람들은 무작정 편리함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는 편리함을 선택하고 어떤 순간에는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기도 하지.
그렇다면 그 둘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사람들까지 설명하려면 지금 가설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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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례를 찾는 목적은 기존 가설이 틀렸다고 선언하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의 설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찾아 현상을 조금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관점으로 이동시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좋은 인사이트는 꼭 세상에 없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알고 있던 여러 사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거나, 같은 현상을 더 잘 설명하는 기준을 발견할 때도 나옵니다.
그러니, 반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좋은 기획을 위해 거쳐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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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음에 드는 논리일수록, 한 번 공격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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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을 파고들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촉이 옵니다. 논리도 맞는 것
같고, 뒷받침하는 자료도 충분하고, 문장까지 제법 잘 정리됐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고민해 만든 전략일수록 그 논리에 익숙해지면서 확신도
커집니다. 처음에는 의심했던 전제도 여러 번 들여다보면 어느새 당연하게 느껴지고, 그만큼 스스로 만든 논리의 약점은 점점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됩니다.
그럴 때 AI에게 내 기획 논리가 어떤지를 묻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대체로 괜찮다는 답이
돌아올뿐더러, 몇 가지 보완점이 붙더라도 현재 논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두 가지 역할을 차례로 맡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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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먼저 이 논지를 가장 강한 형태로 보강해줘. 그다음, 반대편에 서서 이 논리에 제기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반론을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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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격하기 전에 먼저 보강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논리를 바로 공격하면 단순히 자료가 부족하거나 표현이 미흡한 부분도 논리의 약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반면 지금 가진 논리를 최대한 탄탄하게 만든 뒤 공격하게 하면, 설명의 부족함을 걷어낸 뒤에도 남는 논리 자체의 약점을 확인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그 결과를 보고 나면 세워 놨던 가설들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반론을 받아도 그대로 가져갈 가설, 조금
보완해서 살릴 가설, 그리고 과감하게 버리는 편이 나은 가설이 구별되어 보이기 시작하죠.
핵심은 AI에게 계속 내 편을 들어달라고 하는 대신, 한 번쯤 가장 까다로운 상대편으로 세워보는 것에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몇
개 더 받는 것보다, 이미 가진 아이디어를 제대로 공격해보는 한 번의 질문이 기획을 훨씬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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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프롬프트의 기준은 ‘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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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유한 네 가지 프롬프트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AI에게 무엇을 만들어달라고 하기보다, 지금 필요한
사고를 하나 더 해달라고 요구하는 질문입니다.
흔히들 좋은 프롬프트라고 하면 배경과 조건을 촘촘하게 적은 긴 명령문을 떠올립니다. 물론 처음 일을 시작하거나
복잡한 조건을 설명해야 할 때는 충분한 맥락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프롬프트의 완성도를 길이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문서를 두고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라면, “이 주장에 안 맞는 사람은 누구지?”라는
짧은 질문 하나로도 기획이 크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프롬프트의 기준은 얼마나 길고 정교한가가 아니라, 지금의 생각을 다음 단계로 진전시키는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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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문장은 꼭 한번은 의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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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AI와 오래 일할수록 더 자주 경계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AI는 논리가 틀렸을 때도
꽤 그럴듯하게 쓴다는 사실입니다.
앞뒤 논리가 한 칸 건너뛰었는데도 문장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충분한 근거가 없는데도 결론은 단정적으로
쓰입니다. 심지어 앞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개념이 갑자기 등장해도 문장 자체는 별로 어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매끄러움이 문제입니다. 사람이 쓴 어색한 문장은 쉽게 턱턱 걸리게 되어 있어요. 눈과 뇌에 걸리니 한
번 더 읽고, 한 번 더 의심하게 되죠. 반면 AI가 쓴 문장은 별다른 저항 없이 스르륵 읽히기 때문에, 문장이 자연스럽다는 이유로 논리까지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AI와 함께 만든 기획서를 볼 때 문장이 잘 쓰였는가와 논리가 잘 이어지는가를 일부러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AI가 써준 문단 하나를 골라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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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MPT
앞 문장의 결론이 다음 문장의 전제로 정말 이어지는지 봐줘. 중간에 빠진 판단이나 근거가 있다면 찾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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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 전체를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페이지의 결론이 다음 페이지의 출발점이 되는지,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면 앞에서 그
개념이 필요한 이유를 충분히 만들어두었는지 따로 확인해봅니다. 이것은 사실 AI를 쓰기 오래전부터, 기획서를 리뷰해오던 관점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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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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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좋은 프롬프트란 기획자의 좋은 관점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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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소개한 네 가지 질문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과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럴듯한 전략을 한 번 더 의심하고, 마음에 드는 가설일수록 반례를 찾아보고, 충분히 단단해 보이는 논리도 반대편에 세워 검증해보는 것.
돌이켜보면 이것들은 AI가 등장하기 전부터 기획자가 해오던 일이기도 합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그 사고의 일부를 AI와 함께 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일 겁니다. 혼자라면 익숙한
관점 안에서 맴돌았을 때 다른 가능성을 꺼내볼 수 있고, 내 논리에 지나치게 몰입했을 때는 반대편에 서서 공격해줄 상대를 언제든 불러낼 수도 있습니다. 생각의
속도도 빨라지고, 검토할 수 있는 관점의 폭도 훨씬 넓어지죠.
하지만 AI가 더 많은 답을 내놓을수록 오히려 기획자의 몫은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질문을 던질지 정하는
것, 나온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의심하는 것,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지금 이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것을 골라내는 것까지 AI에게 넘길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AI를 활용해 기획력을 높이려면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스스로의 논리를 냉철하게 검토하는 태도, 그리고
AI가 내놓은 그럴듯한 답들 가운데 지금 이 기획에 필요한 관점을 분별하고 선택하는 판단력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잘 쓰는 방법이 꼭 더 많은 프롬프트를 알고, 더 정교한 명령어를 만드는 데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기획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고, 다음으로 어떤 사고가 필요한지를 아는 것. 어쩌면 그것이 AI를 기획의 도구로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출발점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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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답부터 요구하지 말고, 생각을
시켜보세요. 그럴 때 AI는 답을 대신 써주는 도구를 넘어, 우리의 사고를 확장해주는 기획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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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획자의 건승을 빌면서― Positively Yours, 이나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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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노트, 어떠셨어요?
한마디가 다음 호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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